2025-07-08 IDOPRESS
건강한 수면습관 만드는 법
숙면에 적절한 온도 18~22도
깊게 잠든 후에는 체온 떨어져
에어컨이 꺼지도록 설정해야
열대야가 이어진 7일 대구 신천에서 시민들이 산책하며 더위를 나고 있다. 연합뉴스 40대 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매일 에어컨을 켠 채 잠자리에 들지만 새벽마다 서늘한 바람에 추위를 느껴 깰 때가 많다. 잠결에 에어컨을 끄면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땀에 흠뻑 젖게 되고 불쾌함에 잠을 설치기를 반복한다.
더워서 에어컨을 켰다가 추우면 끄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깊은 잠을 자본 지가 언제인지도 가물가물하다. 아침이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지만,집중력은 바닥을 치고 머리는 멍하다. 이렇게 무더위로 인한 수면장애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건강과 일상까지 위협한다.
수면은 체온 조절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주변 환경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환경,또는 개인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주관적 온도에서는 깊은 숙면을 이루기 어렵다. 이유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특히 요즘처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 되면 더워서 잠을 잘 못 자겠다는 사람들을 수면클리닉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열중립 영역’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열중립 영역이란 우리 몸이 피부 혈류 조절 등을 통해 추가적인 노력 없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온도의 범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21도에서 30도 사이지만,이는 사람이 나체일 때를 기준으로 한 수치다. 따라서 잠옷처럼 가벼운 옷을 입었을 경우에는 이보다 약간 낮은 온도가 적절하다. 습도가 높아지면 땀을 통한 체온 조절이 어려워져 열중립 영역의 온도 범위는 더 낮아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열대야 기간 동안 환경 온도가 이 범위를 벗어나면,즉 너무 높아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별도 방법을 동원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수면 질이 떨어지고 깊은 잠을 이루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요인은 하루 주기,즉 생체시계다. 이 생체리듬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체온 변화인데,체온은 잠들 무렵부터 서서히 떨어져 새벽에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침실 온도가 다소 낮은 편이 체온 저하를 도와주고 더 쉽게 잠들게 해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추울 때보다 더울 때 잠들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도 이러한 생리적 이유 때문이다.
숙면을 취하는 데 가장 적합한 온도는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8~22도 정도다. 이불 사용 등을 감안했을 때의 침실 온도인데,냉방기구 바람의 세기나 냉기 등을 고려한다면 침실 온도는 이보다 2~3도 정도 높게 유지하는 것이 더 편안할 수 있다.
문제는 잠에 깊이 든 이후다. 통상 오전 4~5시 전후나 잠에서 깨기 2~3시간 전에 사람의 체온은 최저에 이른다. 이때 만약 에어컨이 켜져 있다면 추위를 느껴 오히려 잠에서 깰 수 있다. 열대야로 덥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에어컨이 꺼지도록 설정해두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취침 1~2시간 전쯤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체온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며 “너무 차가운 물에 샤워를 하는 것은 오히려 흥분을 일으켜 잠을 깨울 수 있고 급격한 체온 저하에 대해 체온을 올리는 반작용을 유발해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숙면이 힘든 시기일수록 기본적인 수면 습관을 잘 지키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침대 사용 습관이다. 침대는 자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지 않으면서 침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는 침대를 ‘각성의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억지로 자려고 애쓰는 것도 오히려 긴장을 유발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시계를 확인하는 습관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밤중에 깼을 때 시간을 계속 확인하면 ‘얼마나 더 자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수면을 더 어렵게 만든다. 가능한 한 침실에서는 시계를 치우고 시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은 수면 리듬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다. 다만 늦은 시간 운동은 몸을 각성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낮 기온과 자외선이 강해 야외 활동이 쉽지 않은 만큼 아침 시간에 햇볕을 받으며 30분 이내로 가볍게 걷는 활동이 권장된다. 아침 햇빛은 눈을 통해 뇌로 전달돼 생체시계를 조절하고 밤에 더 쉽게 잠들 수 있도록 돕는다.
카페인과 알코올,니코틴은 수면의 적이다. 커피뿐 아니라 홍차,녹차 등에도 카페인이 포함돼 있어 섭취량에 주의해야 한다. 흡연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알코올 섭취는 체온을 올리고 야간뇨 등에 의한 수면 분절을 유발하므로 지양하는 것이 좋다.
잠드는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정한 기상 시간이다. 수면을 유도하는 힘은 아침에 깨어나는 순간부터 서서히 쌓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은 오히려 잠드는 시간보다 수면 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다. 약간 더 누워 있고 싶은 유혹이 들더라도,잠이 부족하게 느껴지더라도 침대에서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창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수면의 양뿐만 아니라 리듬도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꼭 7~8시간을 자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에게 맞는 충분한 수면 시간을 찾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취침 전 허기지거나 과식한 상태는 피해야 한다. 너무 배가 고프면 잠들기 어렵고,반대로 과식하면 위장 활동으로 인해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간단한 요깃거리로 허기만 달래는 정도가 적당하다. 낮잠은 가능하면 피하고,피할 수 없는 경우라도 30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장기 복용이 필요한지,부작용은 없는지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숙면을 위한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쾌적하게 유지해야 한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이나 외부 소음은 뇌를 자극해 수면을 방해하므로 암막 커튼이나 귀마개 등 보조 수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교수는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면의 밤이 지속된다면 치료가 필요한 만성적인 불면증은 아닌지,과도한 스트레스·우울·불안과 같은 심리적인 증상이 잠을 방해하고 있지는 않는지,수면무호흡증·하지불안증후군·렘수면행동장애 등 수면장애의 증상으로 잠을 잘 못자는 건 아닌지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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