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IDOPRESS
'위대한 개츠비' 흥행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美음악·연출팀과 갈등으로
'홀러…' '닥터 지바고' 실패
내 뜻 관철시킬 팀 만들어
런던 웨스트엔드서도 성공
오는 8월 GS아트센터 공연
내년 英서 '폭풍의언덕' 제작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한주형 기자
"제가 흥하고 망하는 것에 별 두려움이 없어요. 과정에 충실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좋은데,그건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요.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하는 거죠."
풍차에 돌진하는 돈키호테처럼 미국 브로드웨이를 향해 모두 걸었던 신춘수 오디(OD)컴퍼니 대표 겸 프로듀서가 마침내 꿈을 이뤘다. 미국 현지팀과 직접 제작한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1년 넘게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으로 순항하고 있는 데다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지난 5월 흥행 빅3 공연에 진입하며 축포를 연이어 쏘아 올렸다. 그리고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개막한다. 한국 뮤지컬이 뉴욕과 런던,서울 3개 도시에서 동시에 열리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러한 도전과 성과에 정진기언론문화재단은 그에게 올해 정진기언론문화상 지식문화창조상을 안겼다.
최근 서울 청담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다소 야위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중 절반이 뉴욕과 런던 생활이다. "서울까지 공연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는데 3개가 성사되니 엄청난 게 벌어져 있는 거예요. 영국은 영국대로 오디션으로 배우를 뽑았고,한국에 오는 팀은 또 한국 공연만 하는 배우예요. 오는 9월엔 브로드웨이 배우를 또 캐스팅하러 뉴욕에 갑니다. 제가 많이 원하던 삶에 가까워졌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 5월 말 기준 브로드웨이에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런던과 서울 공연까지 합치면 내년에 2000억원 매출 달성도 기대해 볼 만하다.
"이대로 간다면 매출의 80%가 외국에서 나오는 글로벌 회사로 바뀌는 것이죠. 콘텐츠 기업으로서 완전히 새로운 걸 열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성공이 있기까지 시련과 고난도 많았다. 2014년 '홀러 이프 야 히어 미',2015년 '닥터 지바고'로 두 차례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지만 실패의 쓴맛을 봤다. "두 개가 망했죠. 현지 팀과 협업하면서 되게 힘들었어요. 음악팀과 연출팀도 안 맞고. 제가 어중간하게 맞춰서 하면 안되겠다는 경험을 실패 사례에서 얻었죠. 그래서 이번 세 번째는 내 뜻을 관철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어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리에 공연중인 한국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제레미 조던)와 데이지(에바 노블자다)가 춤을 추고 있다 . 오디컴퍼니
다만 아직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이르다. 뉴욕과 런던에서 각각 3년 정도 공연을 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제작비가 많 이 올랐어요. 사전 제작비가 2500만달러 이상이에요. 우리 돈으로 300억원이 넘죠. 주당 코스트(비용)도 인건비 때문에 옛날보다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2년6개월을 공연하면 초대박을 냈다고 해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도 브로드웨이 흥행에 새 변수로 작용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때문에 힘든 게 뭔지 아세요. 관광객이 많이 줄었어요. 유럽 사람들이 안 온다고 하더군요. 관세도 맞고 있어요. 의상을 제작하려면 중국에서 원단을 가져오는데 관세가 40%라고 해요. 환율도 엄청 오르고요. 뮤지컬을 하면서 이런 일을 겪을 줄 몰랐어요."
대학로 뮤지컬인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석권하는 쾌거에도 그의 눈엔 극장,작곡,연출,안무,디자인 등 부족한 게 적지 않다. "관객들은 요즘 팬덤보다 작품 완성도를 중시해요. 내 배우가 나와도 재밌어야 두 번,세 번 계속 보죠."
그는 "허황된 도전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제 체계화됐다"며 "지금이 진정한 시작"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궁극적인 꿈은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처럼 30년 넘게 전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는 롱런 명작을 만드는 것이다. "오래된 작품이 계속 사랑받는 건 관광 시즌이면 유명 작품만 먼저 보기 때문이죠. '알라딘' '위키드'처럼 기존 고전을 성공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엔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을 각색한 '워더링하이츠'를 발표한다. 세계 최대 공연 페스티벌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선을 보일 계획이다.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스위니토드' 등 이전 대표작처럼 광기에 휩싸인 남자 주인공 계보를 잇는 셈이다.
K뮤지컬이 잇단 '해피엔딩'을 거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계가 영화아카데미를 통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세계적 인재를 배출한 것처럼 이제는 뮤지컬 분야에도 체계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뮤지컬아카데미 설립 같은 장기적인 정책 투자가 필수적이죠."
[이향휘 선임기자]
K뮤지컬의 글로벌 진출이 공연산업에 미칠 영향은?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 동시 진출 성공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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